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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coffeebreak 작성일09-11-11 16:32 조회3,43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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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로치
                                              산호세 코너스톤 교회  pastor

지난 주 토요일에는 교회에서 초청 집회를 하느라 새벽부터 분주했습니다. 하루의 모든 프로그램을 마치고, 강사님을 숙소에 모셔 드렸습니다. 그냥 돌아서기 아쉬워 아내와, 동행했던 자매님과 함께 강사님의 숙소에 잠시 들렀습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오늘이 바로 우리 부부의 결혼기념일인 것을 떠 올렸습니다. 물론 얼마 전부터 기억하고는 있었지만, 교회 행사가 겹쳐서 기념행사(?)는 나중에 하더라도, 그날 만큼은 정중히 기억하리라, 다짐한 터였습니다.

하지만 새벽기도부터 시작된 그날은 나에게 결혼기념일이라는 생각조차 못할 정도로 여유를 주지 않았습니다. 무척 바빴습니다. 그리고 모든 일정이 끝난 뒤, 강사님 숙소에 들어 와서야 비로소 오늘이 그날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속으로 오늘이 며칠이지, 계산하며, 따져보았습니다. 아무리 계산해도 오늘은 오늘이었습니다. 오늘이 그날이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그분들 앞에서 “어! 오늘이 우리 결혼기념일인데…”라고 말하고 말았습니다.

강사님과 그 자매님은 참 한심한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이런 날, 아내를 잘 챙겨주지는 못할망정, 새벽부터 나오게 하고, 행사준비, 식사준비로 아내를 부려먹는 저 남편을 어찌해야 좋을지… 그때 갑자기 강사님은 자기 옷에 꼽아 놓았던 브로치를 빼냅니다. 그리고는 제 아내의 옷에 직접 달아주는 것이었습니다. 자기 옷 보다는 아내의 옷에 더 어울린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던 남편인 저로서는 미안하고 어색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에 거의 반사적으로 튀어나왔던 강사님의 선물은 무덤덤한 아내의 마음을 살포시 녹여주고 있었습니다.

다음 날, 강사님은 교회에서 “사랑의 언어”를 강의하셨습니다. 사람마다 사랑을 받고, 사랑을 주고, 사랑을 느끼고, 사랑을 그리워하는 고유의 언어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격려의 말로, 함께 있어주는 것으로, 봉사로, 선물로, 혹은 육체의 터치로 사랑을 말한다고 하였습니다. 물론 머리 속으로는 익히 알고 있었던, 게리 채프만의 사랑의 다섯가지 언어였습니다.

제가 갖고 있었던 사랑에 대한 신화가 있었나 봅니다. 사랑이란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꼭 말해야, 꼭 표현해야, 꼭 드러내야 알 수 있는 것이 사랑일까? 진정한 사랑이란 말하지 않아도 통해야 하는 것 아닌가? 말할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그러나, 강사님을 통해서 사랑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랑이란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것이지만, 동시에 상대방에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것 역시 사랑이 아니라는 것임을. 상대방에게 전달되지 못한다면 그것 역시 사랑이 아니라는 것임을 말입니다. 사랑은 전달될 수 있고, 전달되어집니다. Love is communicable. 전달되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닙니다. 격려의 말이든, 선물이든, 봉사이든, 함께 있는 시간이든, 아니면 육체적 터치이든, 사랑은 전달이 되는 것이고, 전달되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습니다.

아내는 브로치를 달고 주일 예배에 왔습니다. 좋아라, 달고 다니는 그 모습은 못난 저를 향해 시위하는 듯, 말 없음의 말로 저에게 말합니다. 사랑한다는 것을 마음으로 알아주겠거니 생각하는 대책 없는 남편에게 똑똑히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아내의 사랑의 언어는 느낌이 아니고, 선물이라는 것을… 옷깃 위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브로치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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